2022년에 미국 주식시장이 침체하면서 IT 업계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붕괴됐다.

29일(현지시간) <씨엔비씨(CNBC)>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어니스트앤영’(EY)의 보고서를 인용해 2022년에 미국에서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총 86억달러(10조86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94%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나스닥 홈페이지)
▲ (사진=나스닥 홈페이지)

CNBC는 2022년에 미국 증시에 데뷔한 IT 기업 중 ‘모빌아이’가 유일하게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모빌아이는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로 지난 10월 말 나스닥에 상장했고 IPO로 8억6100만달러(1조870억원)를 조달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모빌아이 외에 IPO를 통해 1억달러 이상을 조달한 미국 IT 기업은 없다.

이는 테크기업들의 IPO가 넘쳐났던 바로 전년과 대비된다. 2021년에는 전기차업체 ‘리비안’, 주식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 핀테크 업체 ‘토스트’ 등이 IPO를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되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또 최소 10개의 IT기업이 IPO를 통해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밖에도 로블록스, 코인베이스와 스퀘어스페이스가 신규 자금 조달 없이 나스닥 시장에 직상장하며 외부자금 조달 없이도 충분한 자본을 지녔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2022년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투자자들이 IPO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보다는 수익성 보장 등을 더욱 중요시 여기게 됐다. 그 결과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도 줄줄이 IPO를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2022년에 기술주들이 특히 고전하며 나스닥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해라는 기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새로운 IT기업을 평가할 때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 리서치회사 ‘뉴컨스트럭트’ 최고경영자(CEO) 데이빗 트레이너는 “현명한 자본 배분이 투자 결정의 주요 동인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IPO시장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너는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에 다시 초점을 맞추면 시장은 본래 해야 할 역할, 즉 현명하게 배분된 자본에 힘을 실어주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에도 IPO 시장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탈 ‘톰베스트벤처스’ 전무이사인 돈 버틀러는 “기업들이 B2B(기업간거래)와 소비자 수요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2023년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버틀러는 IPO 시장이 다시 되살아나기 전에 실리콘밸리가 성장을 우선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운영 방식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야한다”며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기 전까지는 몇 분기가 더 걸릴 것이므로 IPO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